벚꽃 없어도 괜찮아, 흥덕 둘레길은 사계절이 다 좋다
사계절 도심 산책로
용인 기흥구 하면 다들 에버랜드나 보정동 카페거리부터 떠올립니다. 근데 그 사이 어딘가에 흥덕지구라는 동네가 있어요.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 건물이 촘촘히 들어선 신도시인데, 신도시치고는 유독 산책로가 잘 갖춰진 동네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흥덕 둘레길은 아파트 단지를 낀 도심 한복판에서 걸을 수 있는 산책로로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곳이에요. 문제는 다들 봄철 벚꽃 시즌에만 이 길을 기억한다는 겁니다. 그건 이 길이 가진 매력의 딱 절반만 보고 가는 셈이에요. 용인 도심 500년 지킨 용이가, 사계절 내내 걸어도 질리지 않는 흥덕 둘레길을 오늘 소개해드릴게요.
테마길 네 갈래, 도심 한복판 산책로
흥덕 둘레길은 이름 그대로 흥덕지구를 빙 둘러 걷도록 만든 길입니다. 특징이라면 하나의 길이 아니라 네 가지 테마로 구간이 나뉘어 있다는 점이에요. 그중 가장 이름이 알려진 건 꽃맞이길인데, 봄이 되면 벚나무와 철쭉이 길 양옆으로 늘어서면서 동네 전체가 꽃길이 됩니다. 나머지 세 개 테마길도 저마다 다른 분위기로 이어져 있어서, 하루는 이쪽 구간만 걷고 다음번엔 저쪽 구간을 걸어보는 식으로 코스를 바꿔가며 다녀도 됩니다. 아파트 단지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차를 몰고 멀리 나갈 필요 없이, 동네 주민이라면 슬리퍼 신고 나와도 되는 거리입니다. 길도 포장이 잘 되어 있고 중간중간 벤치도 놓여 있어서, 걷다가 힘들면 잠깐 앉았다 가기도 편합니다.
봄에만 좋은 길이 아닙니다
다들 흥덕 둘레길을 봄에만 찾는 이유는 뻔합니다. 벚꽃과 철쭉이 만개하는 그 며칠이 워낙 화려하니까요. 근데 이 길의 진짜 매력은 사계절 내내 걸을 수 있는 도심 산책로라는 데 있습니다. 여름에는 길 양옆으로 자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줘서, 뙤약볕 아래 아스팔트를 걷는 것보다 훨씬 시원하게 걸을 수 있어요. 저녁 무렵 해가 좀 누그러지고 나면, 퇴근한 사람들이나 저녁 먹고 나온 가족들이 삼삼오오 걷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대단한 관광지가 아니라 그냥 동네 산책로인데도, 여름 저녁에 걷기 좋은 곳으로 은근히 소문이 나 있어요. 아이들 자전거 태우고 나온 부모들도 많아서, 저녁 시간대 이 길은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가 됩니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이 색을 바꾸면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겨울에도 눈만 심하게 쌓이지 않았다면 산책하기에 크게 나쁘지 않은 길입니다. 오히려 봄철 인파를 피해서 오려는 사람들에게는 봄이 아닌 계절이 더 여유롭게 걷기 좋은 타이밍이기도 해요. 매일 걷는 동네 주민 입장에서는 계절마다 풍경이 바뀌는 걸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산책로 하나 잘 만들어놓으니 동네 사람들의 하루 루틴이 자연스럽게 생긴 셈이죠. 매일 걷는 사람들에겐 이 길이 헬스장보다 편한 운동 코스이기도 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이 길을 쓰는 법
흥덕 둘레길을 걷기 가장 좋은 시간은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입니다. 낮 시간엔 아무래도 그늘이 있어도 덥게 느껴질 수 있으니, 운동 삼아 걷는다면 아침 일찍이나 저녁에 나오는 게 편합니다. 네 개 테마길을 다 걸으려면 시간이 꽤 걸리니, 처음이라면 욕심내지 말고 한두 구간만 정해서 걸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짧게는 삼사십 분, 여유 있게 전체를 돌면 한 시간 넘게도 걸을 수 있는 코스라, 그날 컨디션에 맞춰 구간을 골라 걸으면 됩니다.
차 없이도 다니기 좋은 동네라, 흥덕지구 안에 사는 게 아니더라도 근처에 볼일 보러 왔다가 잠깐 들러 걷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로 길이 이어져 있어서 표지판만 잘 봐두면 길 잃을 걱정도 크게 없고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종종 보이는데, 산책하는 사람과 동선이 겹치는 구간에서는 서로 속도를 좀 줄이는 게 매너입니다. 유모차 끌고 나온 부모, 반려견 산책시키는 사람, 퇴근하고 이어폰 꽂은 채 걷는 직장인까지 다 섞여 있는 게 이 길의 진짜 풍경이에요. 거창한 계획 없이 그냥 저녁 먹고 슬슬 나와서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산책이 됩니다.
용이의 팁 · 낮에는 그늘이 있어도 더울 수 있으니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에 걷는 걸 추천합니다. 처음이면 네 구간 다 욕심내지 말고 한두 구간만 정해서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