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도 이런 저수지가 있습니다, 용덕저수지 오색 둘레길
저수지를 한 바퀴
용인 처인구 이동읍에는 낚시로 유명한 이동저수지도 있고, 버들치가 사는 묵리계곡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둘 사이 어딘가에는, 딱히 뭘 하지 않고 그냥 걷기만 해도 되는 저수지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용덕저수지입니다. 낚싯대를 드리우는 곳도 아니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곳도 아니고, 저수지 둘레를 따라 천천히 걷는 게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전부예요. 화려한 시설 하나 없어도, 오색 둘레길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조용히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 있습니다. 500년 동안 이 도시를 지켜본 용이가, 처인구 깊숙이 숨어 있는 이 산책 코스를 오늘 처음 소개해드릴게요.
처인구 이동읍, 오색 둘레길이 감싼 저수지
용덕저수지는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에 자리한 저수지입니다. 같은 이동읍 안에 이동저수지와 묵리계곡이 있어서 자칫 헷갈리기 쉽지만, 용덕저수지는 이 둘과는 또 다른 결을 지닌 곳이에요. 낚시나 물놀이가 목적이 아니라, 저수지 둘레를 따라 걷는 산책로 자체가 이곳의 핵심입니다. 그 산책로에 붙은 이름이 바로 오색 둘레길인데, 이름값을 하듯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길가 풍경이 저마다 다른 색으로 물듭니다. 봄이면 연둣빛 새순이, 여름이면 짙은 초록이, 가을이면 붉고 노란 단풍이 저수지 물빛과 겹쳐지면서, 걷는 내내 눈이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처인구는 용인 안에서도 개발이 덜 된, 넓고 시골스러운 동네로 꼽힙니다. 수지나 기흥의 신도시 풍경과 비교하면 확실히 느낌이 다르죠. 용덕저수지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예요. 아파트 단지 대신 논밭과 낮은 산이 한참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시야가 탁 트이면서 넓게 펼쳐진 물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그 순간부터는 차 소리도, 사람 소리도 잦아들고 물소리와 새소리만 남아요. 도심에서 크게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도착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동네에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화려한 시설 하나 없이도, 이름 하나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길이 있습니다. 용덕저수지 오색 둘레길이 그렇습니다.
— 🐉 용이느긋하게 걷는 저수지 둘레길
오색 둘레길은 등산로처럼 숨이 차는 코스가 아닙니다. 저수지 둘레를 따라 완만하고 평탄하게 이어지는 산책로라, 어린아이나 어르신과 함께 걸어도 크게 무리가 없어요. 물가 쪽으로 바짝 붙어 걷는 구간에서는 저수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나무 그늘이 우거진 구간에서는 한여름에도 제법 시원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걷는 속도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길이라, 손잡고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저수지를 한 바퀴 다 돌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산책로 자체에 화려한 포토존이나 큰 조형물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수지 물빛과 둘레길 초목이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게 이 길의 진짜 매력이에요. 바람이 불 때마다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별다른 일정 없이 그냥 앉아만 있고 싶어지는 자리도 둘레길 곳곳에 있습니다. 사진 찍으러 온 사람보다 그냥 걷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 더 많은 길, 용덕저수지 둘레길은 그런 곳입니다.
언제, 어떤 시간대에 가면 좋을까
용덕저수지는 사계절 언제 가도 나쁘지 않지만, 봄과 가을에 특히 진가를 발휘합니다. 봄에는 둘레길 곳곳에 연둣빛이 번지고, 가을에는 단풍이 물 위에 그대로 비쳐서 색이 두 배로 화려해 보여요. 여름에는 나무 그늘이 우거진 구간을 골라 걸으면 크게 덥지 않게 산책할 수 있고, 겨울에는 오히려 인적이 드물어 저수지를 혼자 다 쓰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대로는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을 추천합니다. 한낮에는 물빛이 그저 밋밋하게 반짝이는 정도지만, 아침 햇살이나 노을이 물 위에 비스듬히 닿을 때는 색이 완전히 달라져요. 사람도 적고 빛도 좋은 시간대라, 부지런히 나선 만큼 보답받는 기분이 드는 곳입니다. 카메라를 챙겨 가면 후회하지 않을 시간대이기도 합니다.
둘레길 다 돌고 나면
저수지 둘레를 한 바퀴 돌고 나면 딱히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습니다. 처인구 이동읍 일대에는 최근 몇 년 새 뷰 좋은 브런치 카페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어서, 산책을 마친 뒤 커피 한 잔이나 브런치로 여유를 채우기 좋은 동네예요. 같은 이동읍 안에 이동저수지와 묵리계곡도 있으니, 시간이 넉넉하다면 하루를 처인구에서 통째로 보내는 코스로 묶어도 좋습니다. 낚시는 이동저수지, 물놀이는 묵리계곡, 산책은 용덕저수지 — 목적에 따라 골라 다니는 재미가 있는 동네예요.
화려한 관광지를 기대하고 가면 조금 심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조용히 걷고 싶은 날, 사람 없는 물가에서 바람 소리나 물소리를 듣고 싶은 날에는 용덕저수지만 한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500년 동안 이 도시를 지켜본 용이가 보기에도, 이런 조용한 곳들이 오히려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큰 계획 없이 나선 산책 한 번이, 의외로 제일 오래 기억되는 법이니까요.
용이의 팁 · 오색 둘레길은 흙길과 비포장 구간이 섞여 있어 비 온 직후에는 미끄러울 수 있습니다. 유모차나 휠체어로 이동하신다면 방문 전 노면 상태를 한 번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